한국형 헤지펀드의 굴욕

출범 6개월 수익률 20개중 11개 마이너스 심사 떨어져 해외 간 운용사는 최고 9.2% 경쟁보다 덩치 중시한 당국 규제가 원인

지난해 말 야심 차게 출범했던 한국형 헤지펀드가 설정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수탁액 규모가 한국형 헤지펀드 인가 기준에 미달해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헤지펀드를 설정한 자산운용사가 뛰어난 성과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금융당국에서 헤지펀드 인가를 받은 11개 국내 대형 운용사가 내놓은 20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절반이 넘는 11개 상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은자산운용 'KDB PIONEER 롱숏 뉴트럴 제1호'와 한화자산운용 '한화아시아퍼시픽롱숏1호' 수익률은 각각 -9.69%와 -5.67%를 기록해 연초 이후 -2.84% 수익률을 기록한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도 하락장 방어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는 예금 금리보다 높은 연 6~8%대 절대 수익률을 내는 펀드"라고 강조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 발언이 머쓱해질 만한 결과다. 같은 기간 '수탁액 10조원 이상'이라는 금융당국의 한국형 헤지펀드 인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외국에서 헤지펀드를 설정했던 트러스톤자산운용 '트러스톤 다이나믹 코리아 펀드'는 수익률이 9.20%에 달했다. 국내 설정 헤지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삼성자산운용 '삼성H클럽에쿼티헤지펀드'가 4.53% 수익률을 거둔 것에 비해서도 2배 가까운 성과를 낸 셈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역들은 저조한 수익률을 내게 된 원인을 국내 주식시장 상황으로 돌렸다. 한 대형 운용사 헤지펀드매니저는 "선진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해 국내 주식으로만 헤지펀드 전략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설정 지역만 다를 뿐 고평가된 국내 주식을 공매도(쇼트)하고 저평가된 국내 주식을 매수(롱)하는 동일한 전략을 활용한 트러스톤운용 펀드가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명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 부진을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됐던 '수탁액 10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이 반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헤지펀드 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덩치가 크다고 싸움을 잘하는 것이 아닌데도 대형 운용사 위주로 초기 시장을 꾸리다 보니 정작 시장 성장에 필요한 이합집산 과정이나 경쟁구도 유도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경쟁구도를 막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 이후부터 최근까지 각 운용사들에 국내 헤지펀드 수익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현재 사모펀드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수익률 공시 의무가 없다. 하지만 공시 의무가 부과되지 않을 뿐이지 이를 공개해선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야심 차게 출발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니 내용이 유출되면 헤지펀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국은 각 운용사들에 헤지펀드 수익률을 요구한다. 정삼영 미국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6개월 수익률로 운용사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투자자들이 헤지펀드를 진단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수익률을 공개하는 헤지펀드는 투명성이 높고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유리하다. 시장과 관리당국에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사모로 운영되는 데다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진입하기 전이다 보니 회사 측에서는 상대적으로 헤지펀드에 비중을 낮게 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육성을 장기 과제로 삼고 있는 금융위지만 실제 헤지펀드 담당자는 단기로 바뀐다. 지난해 12월 헤지펀드 인가를 담당했던 금융위 자산운용과 직원들은 이미 상당수가 부서를 옮긴 상태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345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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