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업 ‘판을 바꿔라’]서비스 혁신·세제혜택 급선무

인력 규모 대비 과다한 지배구조 규제 개선해야 생애주기별 상품백화점 등 금융서비스 다양화도 필수

자산운용업은 그동안 국내 산업 발전사에서 늘 조연급에 머물렀다. 경제 개발 육성에 사활을 걸었던 정부는 은행과 보험을 금융 산업의 주력 부대로 키웠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을 이어가던 2000년 초반까지도 자산운용업 발전에 대한 고찰은 정책 우선순위에 끼지 못했다. 그사이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시행착오와 법제화를 거치면서 자산운용업을 차근차근 발전시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키우기 위한 조건으로 퇴직연금 개혁과 불필요한 규제 철폐를 첫손에 꼽는다. 규제개혁 퇴직연금, 계약형 → 기금형으로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 개혁은 자산운용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첫손에 꼽았다. 지금은 대부분 기업에서 계약형 퇴직연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계약형은 전문성 있는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일종의 아웃소싱 체제다. 이에 반해 기금형 연금은 문자 그대로 대기업이 금융기관과 제휴해 별도로 기금을 설립한 뒤 그 기금에서 퇴직연금제도 운영 전반을 관장하는 형태다. 보통 기금형은 의사결정 최고 기구로 이사회를 둔다. 호주가 모범사례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주류인 호주에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자본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자산운용업 발전의 주춧돌이 됐다. 김 본부장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기금의 대형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나 장기적이고 유연한 자산운용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의 적립금 운용 규제를 완화해 운용자산을 다양화하고 장기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운용사의 지배구조와 외국환포지션 규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송 실장은 “이 2가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자산운용업 속성에 부합하지 않는 경직적인 규제”라고 꼬집었다. 운용자산(AUM) 6조원 이상 운용사는 이사회 운영이나 내부통제 등 지배구조에 있어 대형 은행, 증권, 보험 등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해당 운용사의 평균 인력 규모는 70명 안팎 정도인데 대형 금융사와 맞먹는 규제 수준으로 인해 제반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 시장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송 실장 판단이다. 환포지션 규제는 운용사의 해외 진출에 장애물로 지적됐다. 현재 자산운용사도 은행, 증권과 동일하게 자기자본의 50%로 외국환포지션 한도를 적용받는다.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건전성 규제 장치지만 일상적인 영업활동에서 외환을 차입하고 운용하는 은행, 증권과 운용사는 처한 사정이 다르다는 게 송 실장 지적이다. 그는 “운용사는 운용 목적의 환포지션은 없으며 해외 차입도 사실상 불가능해 운용사가 외환 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현재의 환포지션 규제는 의도치 않게 운용사의 해외 진출 시 해외 법인 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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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 美 ‘캐치업플랜’ 참고할 만 장기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세제 혜택도 운용업 혁신의 과제로 꼽힌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고수익·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철배 본부장은 “현행 펀드와 연금세제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기능이 미약하다. 장기 펀드에 대한 소득공제 방식의 세제 혜택을 도입해 국민들이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사회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세금 혜택과 보조금을 대폭 늘린 미국식 ‘캐치업플랜(Catch-up Plan)’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연금자산을 쌓을 수 있는 토양이 더욱 굳건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은퇴를 앞두고 노후 준비가 부족한 50대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노후자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미국식 캐치업플랜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 또 사회 초년생들이 성공적인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일본 정부가 올 1월 도입한 소액투자자비과세제도(NISA)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제도는 연 100만엔 내에서 상장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펀드에 투자할 때 5년간 양도차익과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다.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영국의 개인저축계좌(ISA)를 본떠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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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혁신 수수료·보수체계 자율화 피델리티-뮤추얼펀드,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위험 관리에 특화된 신상품, 씨티그룹-원자재 위주의 대체 투자.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렇듯 각 사마다 고유의 투자철학이 분명하다. 이 같은 투자철학을 기저에 깔고 외연을 넓혀갔기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받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운용사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대체 투자 전문가인 정삼영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금융대학원장은 “국내 운용사들의 전략과 상품 모델들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가령 A사의 ELS(주가연계증권)가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인기가 있으면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비슷한 상품들을 같은 시기에 우후죽순처럼 쏟아낸다”고 꼬집는다. 김철배 본부장도 다양한 상품,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계 노력이 급선무라고 거든다. “투자자별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현재 획일적으로 고착화돼 있는 저비용 구조의 수수료, 보수체계를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보탰다. 김상현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은 운용사들이 은행이나 보험 등 타 금융업종과도 적극적인 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비스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인재, IT인프라, 리서치 등 더욱 많은 인프라에 투자해 뛰어난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은행이나 보험과의 연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퇴직연금 관련 신규 상품 개발과 판매도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펀드 슈퍼마켓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판매 채널 경쟁구조 재편의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의 생애 자산관리를 해줄 수 있는 금융상품 백화점으로 나아가야 한다.” 송홍선 실장 생각도 비슷하다. 연기금 협업 & 금융인재 육성 국내 큰손 해외 투자 정책과 연계 운용업의 국제화를 위해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들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철배 본부장은 “이들 대형 연기금은 다수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킹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국내외 투자 시 국내 자산운용사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게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송홍선 실장도 “연기금이나 국부펀드의 해외 투자 정책과 국내 운용회사 간 국제화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보다 다양한 글로벌 자산에 대한 투자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거든다. 탄탄한 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로는 목표수익률을 맞추는 데 한계에 다다랐지만 부동산이나 헤지펀드 같은 대체 투자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운용 산업 내 무수히 다양한 각 분야에 특화된 고급 인재들이 너무나 부족하다.

핵심은 선진 운용사들이 지니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어떻게 하면 국내 운용사들이 단기간에 소화해 흡수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우수인력의 아웃소싱, 해외 운용사들과의 전략적 제휴(MOU)를 통한 공동 연구와 개발, 혹은 해외 중소운용사들과의 인수합병(M&A) 등이 있을 수 있다.” 정삼영 원장의 ‘금융인재 양성론’이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957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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