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 韓시장 '공략'…경영권 방어 '빨간불'

"국내 기업 지분매입 더 비일비재해질 것"경영권 방어 위한 포인즈필 등 필요

[브릿지경제 김민주 기자]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특히 이들은 대주주의 지분율이 작은 기업을 노리고 있어 이들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매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물산 외에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 각 1%를 사들였다.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목적이 있는 지분투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최근 영국계 헤르메스도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매입했고, 메이슨캐피털도 삼성물산 지분 2.2%를 사들였다. 글로벌 자금이 한국 기업의 공략에 나서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대주주 지분율, 높은 보유금, 저평가된 주가 등으로 단기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은 “엘리엇의 전략은 투자전략 중 ‘행동주의’라는 하나의 전략”이라며 “어떠한 이벤트(인수합병·부도·신약 개발 등 호재)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이면 그 이벤트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이벤트드리븐 전략 내 세부전략”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삼성그룹 지분 매입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기업 공략은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제일모직 주식 1513억원, 삼성SDI 주식 1355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들이 삼성SDI를 1934억원 순매도했고, 제일모직도 611억원 순매수한 것에 비하면 외국인들의 매수가 거센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일까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한달 간 공매도 거래 또한 각각 2460억원과 108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5월 월평균 거래량에 비하면 각각 2배와 3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대주주 지분이 많은 글로비스 공매도 거래량엔 변화가 없었다. 공매도는 헤지펀드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다. 정 원장은 “앞으로 이런 글로벌 자금의 국내 기업 매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물산 등과 같은 지분 매입은 더욱 비일비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가 시급해 졌다. 그동안 국내 기업은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경우 우호주주에게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법이나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방법 등으로 경영권 방어를 해왔다. 이런 방식은 많은 자금이 투입되야 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 추가적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엘리엇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방어수단이 미흡해 기업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며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 1주에 1의결권을 부여하는 것과 달리 1주당 10의결권을 주는 등의 방식을 뜻한다. 또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2009년 법무부가 도입하려 했던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인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취지의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외촉법에 규정된 외국인 투자제한 이유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최근 엘리엇이나 헤르메스 같은 국제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지분확보에 나서자, 이에 대해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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