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헤지펀드… 삼성·현대車 등 공격 태세

[조선비즈 이경은, 신은진 기자]

[돈 냄새 맡고 몰려드는 투기성 펀드… 기업 경영권 방어 비상]

경영 개입해 시세차익 추구… 행동주의 헤지펀드 덩치 커져한국 證市 상대적으로 저평가, 배당 인색·취약한 지배구조… 한국기업, 헤지펀드의 표적으로

"포이즌 필·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수단 도입해야"

국내 기업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파상 공세가 시작됐다. 지난달 4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경영 참가 목적에서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계 헤지펀드인 메이슨캐피털도 삼성물산 지분 2.2%를 최근 매입했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가 돌연 처분해 380억원의 차익을 거뒀던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도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도 미국계 헤지펀드들이 저평가된 삼성·현대차 그룹 주식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을 매수한 뒤 기업 경영에 간섭해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국내 대기업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헤지펀드가 한국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전 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활동 중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을 기점으로 몸집을 크게 키웠다. 전체 자산 규모가 2009년 362억달러에서 지난 3월 1270억달러를 웃돌며 폭풍 성장했다. 100억달러(약 11조2530억원) 이상 판돈을 굴리는 공룡 펀드도 10개를 넘어섰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시중 유동성(돈)이 고수익을 올려 왔던 헤지펀드로 많이 쏠렸지만 초저금리로 수익 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면서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덜 올라 저평가되어 있고, 상장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도 소액주주에게는 불리한 점이 많다는 이유로 헤지펀드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한국 기업을 공략한 역사는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SK는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을 받았고 1조원가량을 투입해 어렵사리 경영권을 방어했다. 당시 소버린은 SK 주식을 15% 가까이 매집한 뒤 SK그룹을 상대로 경영진 교체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 후 90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올린 뒤 한국을 떠났다. 소버린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2000~2010년에 한국에 투자한 건수는 총 25건으로, 미국·일본·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 이어 일곱째로 많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장은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비효율적인 재무구조나 인색한 배당, 취약한 지배구조 등 개선 여지가 큰 기업을 목표로 삼아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평소 경영을 하면서도 주주들의 동의를 적극적으로 구하고 원군을 많이 확보해놔야 헤지펀드 공격을 물리칠 수 있다"면서 "헤지펀드 공격의 빌미가 되는 지배구조나 주주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45개국 가운데 한국의 배당 성향은 11.7%로, 아르헨티나(11.3%)를 제외하면 최하위다.행동주의 펀드는 매우 지능적이고 정교한 전술로 기업을 괴롭힌다. 종전과 달라진 점은 1% 이하 소량 지분만 갖고서도 공격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엘리엇도 최근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1%씩 사 모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반대 의사를 담은 보도자료를 6회 내고 홈페이지까지 열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 지분 7.4%와 4.8%를 갖고 있다. 장지호 변호사는 "상법상 지분 1%를 갖고 있는 주주는 이사(위법행위 유지청구소송)와 회사(주주대표 소송)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며 "엘리엇이 두 회사의 지분 1%씩을 사들인 것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의 합병 임시주주총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할 것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삼성화재 경영진이 이를 따르지 않고 찬성 표시를 하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 등을 통해 공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재계, "방어 장치 마련해 달라"재계에서는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에 대해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국제 투기자본의 공세에 맞설 경영권 보호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금융시장 개방이 확대된 만큼 국제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기업을 뺏으려는 적대적 세력이 시퍼런 공격의 칼날을 들이대는데도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이 활용할 마땅한 방패가 없는 한국적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삼성뿐 아니라 무소불위의 외국계 자본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해외 주요 선진국가들이 도입하고있는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제도 등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제도다. 미국·일본·프랑스·캐나다 등 선진 자본 시장에는 이미 널리 보급돼 있다. 주식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차등의결권 주식도 대표적인 경영권 보호장치다.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들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헤지펀드(hedge fund)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은 다음에 주식·채권·외환·부동산 등 돈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헤지펀드가 쓰는 전략은 다양한데,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식을 매수한 뒤 특정 기업의 주주가 되어 경영에 간섭하는 방법으로 투자 이익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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